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척수장애인만큼 이 사회에서 홀대를 받는 부류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해부족으로 역차별을 받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그들의 아픔은 상상을 초월한다.

척수손상에 따라 하지마비와 사지마비 등의 운동신경 마비와 감각신경 마비로 소·대변의 기능 상실과 성기능 장애, 통증 등의 후유증은 기본이고 빈번한 욕창발생과 방광기능문제 발생, 통증, 혈액순환 장애, 치질, 피부질환, 기립성 저혈압, 골다공증과 당뇨 등의 합병증은 척수장애라면 누구라도 피해갈 수가 없다.

또한 하루아침에 회복 불가능한 장애가 되었다는 상실감으로 우울증과 자살 충동 등의 정신적인 문제도 가벼이 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가정의 파괴를 경험하기도 하고 직업도 잃는 등 경제적·사회적 후퇴를 하는 경험을 직접 하지 않고는 척수장애를 논할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의 주류가 아닌 낙오자가 되고 평생을 피해자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형편에 대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창피하기도 하고 우리의 자존심이 이런 이야기를 구구 절절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후천성장애가 갖는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한다. ‘척수손상 이후에 초기재활만 잘 했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좋아졌을 텐데...’ 하는 후회와 원망을 척수장애인은 누구라면 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척수에 대한 다각도의 통계조사와 함께 척수장애인의 삶을 개선시키려는 다양한 노력과 지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척수협회에서도 이러한 해답을 찾기 위해 여러 선진국들을 방문하여 배우고 국내에서 다양하게 접목을 하고 있다. 답은 다 나와 있는데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척수장애인 당사자인 필자가 생각하는 ‘척수장애인의 제거되어야 할 초기재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① 병원내의 초기재활시스템의 부재

척수손상을 입으면 보통 1~2년 많게는 5년 이상이나 병원생활을 한다. 그것도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전전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무슨 재활을 제대로 하겠는가. 그리고 사회복귀를 염두 해 두지 않는 장기간의 병원생활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고 동기부여를 저하시킨다. 소극적이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만든다. 짧지만 임팩트 있게 실질적인 사회활동을 준비시키는 재활시스템이 필요하다. 병원에서부터 환자가 아니라 당당한 장애인으로서 삶을 살아나가게 지원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병원에 가두고 있어야 할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에서 이런 행위에 대한 수가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장애인단체와의 협력을 소홀히 하는 닫힌 생각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② 가족교육의 부재

척수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부모나 가족들이 많지 않다. 그저 불쌍한 내 새끼, 내 형제라는 생각뿐이다. 서로가 너무 의존적인 존재가 된다. 선진국에서는 가족에게 간병을 시키지 않는 이유도 이런 것이다. 가족들의 무조건적인 희생이 척수장애인의 재활에 큰 걸림돌이 된다. 가족이 사회생활의 걸림돌이 된다면 이해를 할 수 있겠는가? 병원에서 초기에 당사자와 함께 척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장애의 개념, 자립생활의 개념, 가족의 역할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가족도 가족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생산적이고 경제적인 역할이 가능하다.

③ 사회복귀에 대한 제도적인 전폭적인 지원 부재

사실 척수장애인은 병원이 좋아서 주저앉는 것이 아니다. 많은 척수장애인들은 사회로 돌아 갈 준비부족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가장 큰 문제가 돌아갈 주택의 접근성 문제이다. 계단이 있고 화장실이 좁고 잠잘 곳이 마땅치 않는데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주택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 임시거주형태의 재활주택의 제공이나 주택개조지원, 임대주택의 지원이 있겠다. 그리고 직업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원에서부터 직업재활팀이 나서야 한다. 당연히 원직장으로의 복귀를 하고, 젊은 장애인은 공부를 준비하는 등의 목표를 가지고 병원생활을 해야 한다. 계획적인 사전 준비가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장애에 맞는 현실적인 보장구를 지원하여 바로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사회복귀를 위해 주저할 것이 하나라도 있는 순간, 그것을 핑계로 나약해 지지 않도록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④ 보험시스템의 문제

최악을 상황이 되어야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척수장애는 어느 정도 고착된 장애인데도 불구하고 손가락 하나 조금 까딱거린다고 보험료가 깎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보험종결이 될 때까지 재활운동을 하지 않는 환자가 있다면 이는 큰 문제이다. 손상이후 신속하게 재활운동과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무서워서 시간을 소비하게 한다면 더 큰 손해이다. 척수장애인 중에서 벌떡 일어나서 뛰어다닌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이 비효율적인 보험시스템을 현실적으로 개선하여 조기에 재활에 매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⑤ 고루한 직업재활의 패러다임

현재의 직업재활은 장애인당사자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에 집중이 되어 있다. 그러나 척수장애인은 다르게 접근을 해야 한다. 손상 초기부터 직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게 한다면 스스로 자연스럽게 일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그런 마음 없이 세우러만 보낸다면 어느 누구도 직업에 대한 생각이 없게 된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재활병원 내에서 부터 직업재활팀이 투입되지 않으면 사회생활의 경험이 있는 경력단절 장애인의 노하우가 소멸되는 것이다. 이는 국가적인 손실이다. 직업은 장애인의 재활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적은 노력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⑥ 당사자의 의지부족

이렇게 종합적인 시스템의 부재로 척수장애인들은 도전적인 삶보다는 의타적이고 시혜적인 존재가 된다. 핑계를 대게 되고 이유를 만들게 한다. 장애인으로 그것도 중증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이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점점 순응되어 가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기도 하다. 이 사회의 문제라고 핑계를 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의 능력을 버리기가 너무 아깝다. 정신 차리고 사회의 주류가 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척수장애인의 삶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고 손상을 당하면 공통적인 재활을 받고 사회로 당당히 나가서 사고 이전의 삶을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보편적인 재활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척수장애인들은 시혜적인 복지로 하향화되는 삶보다는 제대로 된 초기재활을 통해 도전적으로 자기의 삶을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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